푼타아레나스, 세종기지로 가는 관문도시

아마도, 언젠가 들어 본 듯한 이름입니다. "푼타 아레나스, 칠레" 남미의 최남단에 있는 도시 입니다. 물론 이보다 더 아래에도 몇개의 작은 도시가 있습니다. 포르베니르(칠레), 푸에르토윌리엄스(칠레), 우수아이아(아르헨티나) 등의 도시들은 푼타아레나스보다 규모는 작지만 도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력, 인구, 접근성 등에서 실질적인 남미 최남단의 도시는 푼타아레나스 입니다.






이곳에 가려면 상당히 긴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푼타아레나스는 칠레의 도시이므로 먼저 칠레의 수도인 산티아고에서 비행기를 타야 합니다. 육로이동은 사실상 불가능 합니다. 거대하고 험준한 산맥이 칠레본토와 연결을 차단합니다. 굳이 산티아고에서 육로를 통해 이동하려면 일단 안데스산맥을 넘어 아르헨티나로 간 후 약 3,000km의 긴 여행을 각오해야 합니다. 결국 푼타아레나스에 가려면 산티아고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산티아고에 가기 위해서는 항공편을 최소 1회 갈아타야 합니다. 한국에서 산티아고까지 직접 연결하는 항공편이 없기 때문입니다. 산티아고에 가기 위한 경로는 매우 다양합니다. 가장 최단경로는 LA에서 환승하는 것이지만 애틀란타, 뉴욕, 파리, 암스테르담, 두바이 등을 경유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되든 약 2일의 시간이 지나가는 긴 여정 입니다.

푼타아레나스는 남미 사람들에게도 쉽게 가기 힘들 것입니다. 마땅한 관광지가 없고 도시의 규모가 작습니다. 약 30분 정도의 산책만으로 모든 핫스팟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날씨가 시시각각 변합니다. 한여름인 12-2월에도 평균기온이 섭씨 10도 정도인데 바람이 항상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한여름에도 반팔을 입고 활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합니다. 햇볓이 쨍하게 내리쬐다가 갑자기 눈발이 날리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세종과학기지에 가기 위해서는 이곳을 반드시 지나야 합니다. 킹조지섬으로 가는 항공편이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이곳에서만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푼타아레나스 공항은 국제공항입니다. 대부분의 항공편은 칠레 국내선으로 운항하지만 일부 항공편이 아르헨티나의 도시로 운항하고 무엇보다 킹조지섬으로 운항하는 항공편이 부정기편(차터)으로 편성됩니다. 그렇지만 출국심사와 보안검색은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진행합니다. 방문목적이 뚜렷하고, 나름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에서 보증한 인력들이며 무엇보다 본인들이 대여한 비행기에 직접 탑승하기 때문입니다.

공항은 2층 규모로 3개의 탑승구가 있습니다. 편의점은 없지만 2층 보안검색 이후 작은 기념품 매장이 있습니다. 1층에 커피 판매점이 있지만 경험상 2층 자판기가 더 좋았습니다. 남극으로 향하는 항공편은 대부분 특정 국가에서 전세기로 편성합니다. 세종기지로 가는 항공기는 (대부분)소형이므로 주기장까지 직접 걸어서 이동합니다. 

남극까지 비행편은 DAP 항공사를 주로 이용하는데 BAe 146기종이 편성됩니다. 보잉이나 에어버스는 아니지만 300여대 이상 판매된 근거리용 항공기 입니다. 협동체(2-3배열)항공기로 특이하게 4개의 엔진이 장착되어 있고 동체가 날개 아래에 위치합니다. 좌석은 80~100석 마련되어 있어 한국의 연구자들 뿐만 아니라 다른나라의 연구자들도 함께 탑승합니다. 남극행 항공편에서도 간단한 기내식이 제공됩니다. 샌드위치와 요거트, 스낵 및 음료를 맛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항공편이 지정석으로 운용되는 반면 남극행 비행편은 좌석을 따로 지정하지 않습니다. 

약 3시간을 비행하면 킹조지섬에 도착합니다. 오지탐험을 따로 해보지 않았다면 살면서 처음 비포장 활주로에 착륙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킹조지섬 공항의 활주로는 따로 포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착륙하기 위해 터치다운 하는 순간 엄청난 먼지와 자갈들이 튀어오릅니다. 엔진이 거의 땅과 붙어있는 보잉737계열 항공기는 절대 착륙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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